출처 - http://music.naver.com/onStage/onStageReview.nhn?articleId=1568
황보령은 잘 웃는다. 그냥 잘 웃는 게 아니고 정말 잘 웃는다. 무겁고 강하고 이질적인 음악, 중성적인 이미지 때문에 자칫 말수 적고 무서운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그건 오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녀와 이야기를 해보면 몇 분 지나지 않아 알게 된다. 곧바로 빵빵 터진다. 있는 듯 없는 듯 희미한 미소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행복해 못 견디겠다는 듯 얼굴 전체가 활짝 펴지는 천진난만한 웃음이다. '참 대책 없이 맑은 사람'이라는 게 그녀에 대한 첫 인상이었던 기억이 난다. - 최승우 (온스테이지 기획위원)
황보령의 공연을 처음 본 게 언제였더라?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벌써 10년쯤은 됐지 싶다. 그런데 내 눈에 그녀는 그때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그녀는 주체 못하는 거대한 에너지를 감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감출 이유도 없고 감추는 방법도 모르겠다는 듯, 그녀는 무대 위에서 참 잘 논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흙투성이가 되어 소리 지르며 해질 때까지 뛰어노는 것처럼.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그 에너지는 점점 옆으로 앞으로 전염되고 있다. 음악이 그림보다 좋은 점이 있다면 바로 이런 '직접적인 것'이라고, 음악가인 동시에 미술가이기도 한 그녀는 말한다. 온스테이지 스튜디오의 천장은 꽤 높은데도, 그녀가 뿜어내는 에너지가 지붕을 뚫고 나가기라도 할 것 같은 착각에, 무의식중에 자꾸 위를 쳐다보는 나를 발견한다.
황보령의 공연을 보면서 나는 그녀의 웃음을 떠올린다. 그래서일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워낙 무겁고 강하고 이질적인 음악이지만, 그것은 우울함이나 허무함과는 상관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거리낌 없이 에너지를 분출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천진난만하고 해맑은 성품이 드러나는 것 같다. 그녀는 노래가 끝나고 멘트를 하다가 할 말이 없어 멋쩍어지자 예의 그 장난기 섞인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녀가 예전에 했던 말이 문득 머리를 스친다. "어렸을 때는 나이가 들면 회색 시멘트 같은 어른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보니 감수성이라는 건 자신이 소중하게 다루면 다룰수록 깊어지는 것이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황보령의 새 앨범 [MANA WIND]를 다시 듣는다. 그냥 다 꺼내서 어질러놓던 공연과는 딴판이다. 공존할 수 없는 것들의 공존을 목격한 것처럼 신기하다. 이리저리 치받던 에너지가 차분하게 갈무리되어 있다. 노래에서 제목 그대로 바람 냄새가 난다. 아직까지는 부드러운 산들바람, 코끝에 묻어 있는 차가운 겨울바람, 비를 머금은 축축한 바람, 변덕스럽게 몰아치는 회오리바람... 이유도 모르면서 막연하게 뭔가 그리워지는 냄새들.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을 어떻게 들어줬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황보령은 1년에 한두 번이라도 꾸준히 듣고 싶어지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사물에 비유한다면 '나무'란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계속 자라고 오래 가는 것, 처음에는 따로 물을 주지만 나중에는 그냥 알아서 자라는 것, 그러다 어느 날 생각나서 돌아보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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