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124 [사랑을말하다] 멀리서 놀러온 친구가 - 성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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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loaded by on Jan 26, 2012

멀리서 놀러온 친구가 일주일쯤 집에 있다가
오늘 아침에 떠났거든
집처럼 편히 쓰라고 했더니
정말 자기 집처럼 막 지내더라구
옷도 막 아무데나 벗어놓고 아무거나 꺼내먹고
젖은 수건도 막 아무데나 던져놓고
혼자 사는 게 워낙 익숙한 나라서
누가 집을 어지르는 게 좀 싫기도 했고
같은 공간에 지내는 것도 좀 불편했는데
막상 간다고 하니까 의외로 많이 서운했어
'좀 더 있다가지'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그런 말이 나오더라
친구는 '곧 다시 폐 끼치러 올게 좀만 기다려라'
그러면서 웃어 보이는데
난 기분이 이상해서 웃지도 못했어

그렇게 친구를 공항버스에 태워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30분 만에 집이 완전히 달라져있었어
이 좁은 집이 이렇게 허전할 수도 있구나..그런 생각?
소파위에 엉켜있는 이불과 베게
아침까지 친구가 쓰고 간 수건이며
마룻바닥에 놓여있는 물 컵
급히 나가느라 내려놓기만 하고
마시지도 못한 커피는 아직도 따뜻하고
겨우 일주일인데 제일 친한 친구도 아닌데
싫을 만큼 허전했어
난데없이 울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헤어지기 전 몇 달간
우리가 멀리 떨어져 지내던 시간동안
우리 정말 많이 싸웠잖아
넌 이상할정도로 예민해져서
별것도 아닌 일로 짜증을 내곤했지
왜 머그잔에다가 콜라를 마시냐고
왜 리모컨을 여기다 뒀냐고
난 그런 너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결국은 화를 낼 수밖에 없었어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왜 매번 사람을 지치게 해?
내가 오는 게 싫어? 그런 거면 말을 해
내가 안 오면 되잖아

한번만 내가 너를 보내봤다면
떠나는 역할이 아니라 보내는 역할을 해봤더라면
혼자 남겨진 빈 방에서
누군가가 남긴 물건들을 치우는 일을 해봤더라면
너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진 않았을 텐데

너는.. 너는 화를 낸 게 아니었구나
내가 가방을 챙기며
또 버스를 몇 시간이나 타야한다고 투덜거리는 동안
너는 혼자 견뎌야할 허전함과 나 몰래 싸우고 있었구나
너를 많이 참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런 너한테 화나 내는 남자친구였구나

친구를 보내고도 이렇게 휑한데
넌 매번 내가 떠나간 다음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헤어진 지 벌써 여러 해
친구가 남기고간 커피를 싱크대에 쏟아버리다가
난 이제야 네가 가여워서 눈물이 난다
미안

사랑을 말하다

Category: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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